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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서울대 명품 강의

서울대 명품 강의
  • 저자최무영
  • 출판사문학동네
  • 출판년2011-05-02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1-06-14)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PC는 추후 지원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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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 역사, 생명, 감정, 민주주의, 공동체, 소수자…

    서울대 명강의들이 제시하는 18개의 생각의 고리

    오늘날 인간 실존의 지형을 명확히 해줄 사유는 무엇인가?




    ·역사 교육은 ‘실험용 쥐’를 생산해내고 있지 않은가

    ·윌슨의 통섭, 그것이 야기한 실증주의의 위기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

    ·눈 잃은 노예였던 민民,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이루었나

    ·불평등이 축소되어 왔다는 것은 과연 사실일까

    ·가장 개념이 사라지기 직전에 발생하는 ‘가장의 반란’

    ·당신 주변의 입 다물고 있는 사람을 주목하라

    ·당신이 알던 국가 개념은 폐기시켜라



    2010년 정치와 윤리의 문제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하반기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뒤이어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나는 정치철학에 속하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학 교양서이지만 이 둘을 관통하는 것은 ‘윤리’라는 우리 시대의 큰 화두이다.



    왜 윤리가 화두인가? 아니, 왜 정의라는 이름의 윤리가 화두인가? 왜 정의롭지 못한 경제를 고발하는 책에 대중들은 열광하는가? 물론 여기에 한 두 마디로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단단한 것들은 녹아 사라진다”라는 저 유명한 경구가 절실하게 맞아 떨어지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대의 포스트모더니즘이 하나의 ‘징후’에 불과했다면, 우리는 이미 그 징후가 무르익어 터지는 ‘과잉’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국가, 경제, 기업, 가족, 땅, 민주주의 등 모든 게 예전과 달라졌다. 도무지 기존의 가치관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분명 이러한 위기는 기성세대의 몫이고 그들은 제대로 질문을 던지기 위한 보루로 ‘윤리’를 붙잡았다. 철학도, 과학도, 역사도, 경제학도 이제 윤리라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앎은 무가치한 앎이 되어가고 있다.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하여, 학문의 참여적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우리의 삶과 사회를 새롭게 이해하는 석학강좌’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신간 『서울대 명품강의』도 다분히 이러한 조류를 의식한 채 세상에 나왔다.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소속 사회과학연구원이 2009~2010년 대중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아름다운 공동체를 향한 사회적 상상력과 교양’이라는 강좌를 묶어낸 이 책은 우리시대의 화두가 되는 주요 문제영역을 밀도있게 리뷰해주면서, 우리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어떤 관점을 택하며,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의 문제를 폭넓게 제기한다. 18명에 이르는 각 분야 최고의 석학들이 오랜 시간 연구하고 고민해온 주제들을 우리의 삶이나 사회와 연관시켜 풀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영역은 과학, 역사, 철학, 생명, 가족, 민족 감정, 민주주의, 공동체, 통일, 소수자, 이념, 세계화, 정치, 양극화, 환경, 경제, 지리 등이다. 얼핏 보기에 낯익은 주제들이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들은 우리의 이러한 ‘익숙함의 환상’을 깨는 것에 큰 무게를 두고 있다. 「공동체와 사회-개인도, 이념도, 서구도 아니다」에서 한상진 교수는 인권과 공동체를 “전위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개인들”로부터 해방시킨다. 인권공동체 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인권의 가치를 전파하는 결사체”라는 장벽을 허물고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학교, 가족, 친구, 이웃의 문제로 이것을 치환시킨다. 가족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도구로 인권을 정의하고, 친구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고리로 공동체라는 문제틀을 설명한다. 「생명과 사회-삶의 주체인 생명, 깨어 있는 참여로 가다」의 필자인 우희종 교수는 생물학과 불교의 존재론을 연결시켜 사유한다. 불교적 깨달음을 복잡계 과학의 멱함수로 나타내며 논의를 풀어나간다. 우희종 교수는 그간 과학자들의 생명 정의에는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생명의 존엄성을 거기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생명현상이란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전체이면서 부분이고, 부분이면서 전체인 상태를 유지하는 창발적 현상’이라는 정의가 필요하다며 ‘반복과 차이로서의 생명관’을 펼친다. 우희종 교수는 생명을 정확하게 이해한 바탕 위에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생명의 힘을 관찰한다. “적극적인 관계 개선을 위한 참여야말로 생명의 미시적 진화의 힘이다. 관계가 단절되거나 왜곡되었을 때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삶을 치열하게 사는 것이 곧 생태적 진화의 바탕이며, 이것은 생물학적 진화를 포함하되 그것을 뛰어넘는 또다른 진화의 메커니즘이다”라는 부분은 경청해야 하지 않을까. 「가족과 사회-한국 가족제도와 ‘가장의 반란’」의 필자 전경수 교수는 가장家長 개념이 사라지기 직전에 처한 오늘날 ‘가장의 반란’을 조직하고 실행하게 하는 역사적, 문화적 논리를 핍진하게 그려보임으로써 우리가 처한 가족의 문제를 귀납적으로 파악하게 해준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론적인 논의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한국사와 사회-역설의 한국 현대사, 그 인식과 계승」에서 정용욱 교수는 하버드대 교환교수 시절의 일화를 들려준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딸아이가 어느 날 귀가하더니 학교명이 ‘애거시즈Agassiz’에서 ‘볼드윈baldwin’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이유인즉, 이 학교의 설립자인 루이스 애거시즈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점이 이 학교의 학생에 의해 우연히 밝혀져 이를 계기로 학교 운영위원회가 열렸고, 그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교명을 바꾸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바뀐 교명 볼드윈은 19세기 후반에 그 학교 교장을 지낸 흑인 여성의 이름이다. 정용욱 교수는 이 일화를 통해 “진지한 탐구를 통해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것에 입각해서 현재를 재규정하는 행위야말로 그러한 역사적 발견의 의의를 진정으로 계승하는 자세와 태도 아니겠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정용욱 교수는 역사에 대한 관심이 없는 요즘 학생들의 문제, 사료의 왜곡과 역사 파악의 문제 등을 이런 식으로 다루고 있다. 같은 역사를 다루지만 「역사와 사회-‘민民’이라는 프리즘으로 사회사 읽기」를 쓴 최갑수 교수는 역사를 ‘흐름’으로 파악하고 그 흐름의 본질과 흐름을 만들어낸 역동적인 힘으로서 ‘민民’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강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상류 수원지의 생태가 중요하듯,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는 역동성의 기원을 역사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민’이 수동적이고 약한 피지배층이라는 인식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중요한 역사적 분수령에서 사건을 이끌고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언제나 ‘민’이었으며, 이것은 ‘민’이 생산계급이었기에 가능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민은 생산자이면서 피지배층이기에 거의 언제나 역사의 주류에서 소외된 듯 보이지만 결코 주변부에 해당하거나 뿌리 뽑힌 자들은 아니었다. 이 이중성이 전통시대 민의 역사적 역할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고리라고 할 수 있다.”



    민경환 교수는 「감정과 사회-현대사회에서 감정적 동물로 살아가기」에서 사전에 수록된 434개의 감정단어를 소개한다. 그 중 쾌(즐거움)에 해당하는 정正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122개이고, 불쾌를 포함하는 부不적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312개이다. 그런 뒤 질문한다. “왜 불쾌함을 표현하는 감정단어가 훨씬 더 많을까?” 그 이유는 이런 부적 감정들이 생존에 굉장히 중요한 감정들로서 서로 분명히 구분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기쁨의 감정은 경계가 모호해도 생존에 지장이 없지만, 골목길에서 칼을 든 괴한을 만났는데 분노의 감정을 표현한다면 생존에 지장이 생기니 말이다. 민경환 교수는 이런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감정심리학의 중요한 이론들, 안면 피드백 가설 등을 소개한 뒤 감정생활 개선을 위한 네 가지 노력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책은 미시적인 사회적 문제와 거시적인 세계적 흐름을 동시에 조명할 수 있게 기획되었다. 가족과 감정 등과 같은 문제들이 미시적 문제라면 세계화와 민주주의, 공동체, 소수자 등의 문제는 거시적 변화를 읽어주는 장들이다. 「민주주의와 사회-한국의 민주주의가 들썩이고 있다」에서 이준웅 교수는 고대 수사학과 민주주의의 관계, ‘미디어의 폭발’이 친밀성과 연대를 발전시켜 기존의 국민과는 다른 새로운 공적 주체의 탄생에 돌입하게 되는 한국사회의 최근 변화를 읽어낸다. 「소수자와 사회-더 이상 ‘한 줌의 그들’이 아니다」에서 정진성 교수는 근대화가 부각시킨 ‘시민’이라는 개념을 재검토함으로써 ‘비시민을 껴안는 시민사회’를 모색했고, 「세계화와 사회-모든 단단한 것들은 녹아 사라진다」에서 임현진 교수는 지금까지 쏟아진 방대한 세계화이론의 지형을 아주 쉽고도 유용하게 정리해준 뒤, <세계화-블록화-지방화> 이 세가지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최무영 교수가 쓴 「과학과 사회-과학, 불가능과 불능에서 진보로 가는 길」에서도 이런 정리 기능이 돋보인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과 기술의 차이는 무엇이며, 이론과학의 입장에서 보는 생명의 의미, 기술발전의 핵심 쟁점과 그것을 관찰하는 두 가지 관점 즉, 사회결정론과 기술결정론 등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최무영 교수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복잡계 관점에서 ‘서로 맞물려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며 초현실주의 판화가인 모리츠 에셔의 작품에서 어느 한 부분만 보면 잘못된 것이 없는데, 전체를 보면 잘못되었다는 것을 예로 든다. “과학에서도 논리보다는 창조적 지성, 곧 상상력이 우위에 있다”며 과학이 빠질 수 있는 형식논리의 한계 또한 짚었다.



    그 외에 이남인 교수는 철학적 입장에서 최근의 통섭 논의가 갖는 문제점, 실증주의의 오만 등을 짚었고, 윤순진 교수는 “1억2천만 년 동안 저축한 화석연료를 300년만에 소비해버린 지구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박삼옥 교수는 지리와 사회, 이지순 교수는 경제와 사회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필수적인 지식을 서술했다. 이 책에 실린 열여덟 강좌는 복잡하게 얽힌 사회라는 그물망을 풀어나갈 ‘벼리’로 기능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생각의 고리’들을 찾아내 그것을 통해 구체적인 추적과 사유를 거듭하다보면 ‘실존의 지형’이 좀더 명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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