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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번역을 위한 변명

번역을 위한 변명
  • 저자그레고리 라바사
  • 출판사세종서적
  • 출판년2017-04-05
  • 공급사(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2-01)
  • 지원단말기PC/스마트기기
  • 듣기기능 TTS 지원(PC는 추후 지원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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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수상자 가브리엘 마르케스, 바르가스 요사…

    세계적인 작가들 뒤에 가려진 이름 없는 영웅

    그 위대한 번역가가 들려주는 번역의 즐거움과 어려움



    누군가 번역 일에 관하여 묻는다면 나는 그저 이 책을 건네며

    한마디만을 덧붙일 것이다. “이게 다예요.” _ 김명남(번역가)



    미국 펜상 수상작

    〈LA타임스〉 2005 올해의 책



    ‘번역가들의 대부’가 말하는 매혹적인 번역 이야기



    번역은 고되고 어려운 일이다. 묵묵한 노동과 오랜 작업 시간에 비례해 결과가 나오는 정직한 작업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직하게 애쓴 대가는 책 표지에 작게 인쇄된 이름으로 돌아올 뿐이다. 게다가 때때로 번역 시비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 책임의 무게가 고스란히 역자에게 기울기 때문에 번역가는 절대적인 약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번역가라면 ‘번역가는 반역자’라는 오래된 낙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아무리 잘된 번역이라도 해도 원문에서 말하는 것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이 경구는 오랫동안 번역가들을 죄질이 나쁜 악당으로 비난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저명한 번역가 중 하나인 그레고리 라바사조차도 이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번역 인생과 번역에 대한 생각을 담은 『번역을 위한 번명』을 펴내면서 냉철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이에 대한 변론을 펼친다.

    그레고리 라바사는 번역가로서 세계 문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그가 번역한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그의 영역본 덕분에 세계 문학에서 널리 읽히는 고전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마르케스는 『백 년 동안의 고독』 영역본을 스페인어 원본보다 더 좋아한다고 말했을 뿐 아니라 라바사를 일컬어 “영어권의 가장 뛰어난 라틴아메리카 작가”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마르케스의 노벨상 수상도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라바사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바르가스 요사 또한 스페인어 작가들은 자신들을 영어권 세계에 뿌리내리게 해준 라바사에게 크나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라바사는 가브리엘 마르케스, 바르가스 요사, 아스투리아스 등 노벨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뿐만 아니라 보르헤스와 함께 아르헨티나의 대표하는 작가 훌리오 코르타사르, 브라질의 국민 작가 조르지 아마두, 보사노바 음악의 거장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의 대표곡인 〈이파녜마의 소녀〉의 작사가인 브라질 시인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 주제 사라마구와 비견되는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등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글을 쓰는 거장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문학 붐을 일으킨 주역으로서 사람들을 생소한 라틴아메리카의 세계로 이끌었다.

    라바사는 저자뿐 아니라 번역가들에게도 존경받는 번역가이다. 『돈키호테』 번역의 권위자인 이디스 그로스먼은 그를 가리켜 ‘번역가들의 대부’라 불렀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출판사 중 하나인 크노프 출판사의 창업자 앨프리드 크노프는 ‘번역가들의 교황’이라 불렀다. 독자와 번역가, 저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그는 말년에 이르러 자신의 번역 인생을 회고한 『번역을 위한 변명』을 펴냈는데, 이 책에서 그는 번역을 옹호하며, 번역 방법에 관한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다. 또한 번역가가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 또한 풍부한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제시한다.





    번역과 불만, 혹은 달라진 내용들

    이 책은 ‘번역은 반역’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노회한 번역가 라바사의 답변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그는 제일 먼저 청문회를 열어 번역의 어떤 부분이 반역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자고 제안하면서 변론의 포문을 연다. 즉 죄를 인정하기 전에 반역의 행위가 누구를 향한 배신인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배신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언어를 배신하기도 하고, 저자나 번역가 자신에게 반역을 저지르기도 한다. 라바사는 단어는 원래 배신을 잘하는 것으로 똑같은 사물을 지칭하는 단어일지라도 영어의 ‘stone’과 프랑스어의 ‘pierre’는 결코 같은 의미의 폭을 지니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언어에 대한 배신은 문화적 차이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소설 「변신」에서 카프카는 흉측한 벌레를 등장시키며 갑각류의 곤충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그 소설을 읽는 뉴요커라면 필경 뉴욕에 번창하는 바퀴벌레를 연상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저자에 대한 배신으로 이어지는데 언어, 문화와 같은 요소는 저자를 이루는 것이므로 그것들은 저자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이를 번역자의 것으로 만들 때 번역가는 반역을 저지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라바사는 가장 슬픈 반역 행위를 언급하는데, 이는 곧 번역가가 자기 자신을 배신하는 것을 말한다. 작가이자 독자로서 번역가는 직감과 신중한 자신감을 가지고 번역해야 하는데, 때때로 두려움 때문에 진부한 규범을 더 중시하면서 직감을 희생할 때 반역을 저지르게 된다. 라바사는 이렇게 태생적으로 배반의 성격을 지닌 번역 행위를 고찰함으로써 번역이 불가능한 작업임을 역설한다. 이어 번역가로서 그를 형성하게 된 개인적인 배경을 보여준다. 언어에 매혹된 어린 시절부터 번역의 사전 준비 과정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암호병 생활, 본격적으로 상업적인 번역에 뛰어들기까지 번역에 관한 인연을 풀어놓는다. 여기서 그는 번역에 관한 그의 철학(훌륭한 번역은 훌륭한 읽기)과 접근방식, 독특한 작업 습관(읽으면서 동시에 번역하기) 등을 보여준다.

    2부에서 라바사는 번역 작품에 관한 경험을 상세히 적어놓는다. 약 40년에 걸친 이 ‘전과 기록’은 스페인어과 포르투갈어의 주요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데 마르케스, 코르타사르, 아스투리아스, 바르가스 요사, 고이티솔로,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조르지 아마두, 마샤두 지 아시스 등 작가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라바사는 작품에 대한 간단한 논평과 작가와 얽힌 일화를 비롯해 번역가로서의 생활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문학 거장들과의 친분, 대우받지 못하는 작품에 대한 아쉬움, 가슴 아픈 운명을 지닌 작가를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작가와 문학에 관한 라바사의 애정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번역가의 어려운 처지나 평론가의 헐뜯기, 작품 선정에 관한 출판계 현실 등 출판계 내부자의 목소리도 들려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라바사가 번역하면서 직면한 여러 문제에 관한 경험을 털어놓는 부분이다. 책 제목과 작품의 첫 문장에 접근하는 법, 장소나 별명 같은 골칫거리 단어들을 다루는 법, 책의 템포와 리듬을 유지하는 법, 등장인물의 개성을 살리는 법 등 그가 번역의 난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번역가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 그는 판결 선고 전의 최종 변론을 펼치면서 번역의 본질과 번역가의 역할을 되짚는다. 인생은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므로 번역가는 번역가의 운명을 지니기 전에 반역을 저지른 셈이 된다. 그러므로 번역가가 자신만의 읽기로 원서를 읽음으로써 번역은 반역을 내재하는 동시에 ‘진실의 또 다른 버전’이 된다. 라바사는 이런 주장을 내세우며 판결을 독자에게 유보한다.

    번역에 관해 논하는 이 책은 이론에 중점을 두지 않고,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생각을 전개하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대번역가의 흥미로운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작품에 관한 구체적인 명세서는 현대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참고서가 될 뿐만 아니라 같은 문제로 고투하고 있는 모든 번역가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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